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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을 이제 막 마시기 시작한 분이라면 별다른 노력 하지 말고 그냥 분위기에 맞게 와인을 즐기시는 것이 좋습니다. 와인의 색도 감상하고, 냄새도 킁킁 맡아보고 홀짝홀짝 와인을 자주 마시다 보면 와인을 시음하는 방법을 저절로 터득하게 됩니다. 물론 고객에게 와인을 추천하는 일을 하는 소믈리에나, 전문 와인 구매자처럼 직업상 와인을 자세히 분석하고, 평가해야 하는 이는 좀 더 체계적이고 숙련된 시음 기술이 필요하겠지요.

와인을 관찰할 때는 자연광이 밝은 곳이좋습니다. 와인잔을 살짝 기울여(45도 정도) 종이든 접시든 탁자보든 간에 흰색 배경에 와인을 비춰 보는데, 먼저 와인이 투명하고 깨끗한가를 살펴봅니다. 만약 와인이 투명하지 않고 탁하다면 일단은 와인이 변질한 것이 아닌가 의심해볼 만합니다. 물론 이것만으로 결점이 있는 와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여과 및 정제를 될 수 있으면 하지 않는 유기농(organic) 와인의 경우에도 와인이 맑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가끔 와인병 속에 작은 유리 조각 같은 것을 볼 때도 있는 데 이것은 양조 과정에서 생기는 주석산의 결정체로 해가 되지 않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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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는 와인이 어떤 색이 나는지, 그 진한 정도는 어떤지를 봅니다. 와인의 색은 와인의 종류(레드, 화이트, 로제 등)뿐만 아니라 품종, 지역, 숙성 정도의 차이를 짐작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화이트 와인은 포도의 품종에 따라 물처럼 투명하거나, 연한 레몬색, 또는 황금색이 나는데 일반적으로 와인이 숙성하면 색이 진해지고 일부는 호박색이나 갈색을 띠기도 합니다. 레드 와인의 경우는 연한 루비색부터 자주색, 암홍색 심지어는 잉크처럼 검은색 등 화이트 와인에서 보다 다양한 색이 납니다. 레드 와인의 색은 포도 껍질 부분에 있는 안토시아닌(anthocyanin)이란 색소 성분에서 나오는데 포도 품종이나 포도의 익은 정도에 따라 그 양과 색의 기질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카베르네 소비뇽처럼 포도 껍질이 두꺼운 품종은 껍질이 얇은 피노 누아나 그르나슈 와인보다 진한 색이 납니다. 또 호주의 쉬라즈와 프랑스 론의 시라를 비교해보면 알 수 있듯이 보통 더운 기후에서 나는 와인의 색이 서늘한 기후에서 나는 것보다 더 진하고 어두운 색이 나는데 이는 같은 품종이라도 포도의 익은 정도가 기후에 따라 다르기 때문입니다.

와인 양조법 또한 와인의 색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주로 포도를 으깨는 방법이나 으깬 포도를 담가두는 마세레이션(maceration)과 이어지는 발효 과정의 환경이 와인의 색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는 포도 껍질과의 접촉 정도, 온도와 시간에 따라 색소의 추출 정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포도를 으깨지 않고 송이 전체를 발효하여 만드는 보졸레 와인은 다른 와인에 비해 색이 옅습니다. 일반적으로 레드 와인은 숙성하면 벽돌색이나 갈색으로 변하는데, 잔에서는 테두리 쪽의 색이 옅어지고 그것이 중심부로 번짐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또 잔을 가볍게 돌려주었을 때 와인이 와인잔의 안쪽 면을 타고 흐르는 것을 와인의 눈물(tears) 혹은 와인의 다리(leg)라고 하는데, 이것으로 알코올의 도수가 높고 낮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알코올 함량이 높을수록 와인은 더 천천히 흘러내립니다)

위에서 보듯 와인을 눈으로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정보를 얻게 됩니다. 와인을 세밀하게 관찰하면 와인의 상태뿐만 아니라 사용된 포도의 품종, 와인이 생산된 지역, 숙성 정도, 심지어는 와인의 품질이나 정체까지도 짐작할 수 있는 주요한 단서를 찾을 수 있습니다.

2008. 7. 6. 23:30 Trackback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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