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비 생각

지구 온난화와 포도 재배-와인 생산지역이 달라질까?

와인비전 2008. 10. 24. 12:32
   


기후 대변화 최악의 시나리오를 믿는가? 아마 그렇다면 전 세계 포도원들은 향후 50년간 뿌리부터 송두리째 뒤흔들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미 더운 지역은 완전히 다른 작물을 찾아보는 게 나을 것이요, 따뜻한 기후 지역이라면 더운 기후에 적합한 다른 품종으로 전환할 계획을 세워야 한다. 물론 전 세계 주요 포도원 대부분이 이러한 변화(연평균 기온 1.5℃~2.5℃ 상승)를 "즐기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그 정도 기온이라면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이는 프랑스 보르도를 호주의 바로사 밸리 Barossa Valley로, 바로사 밸리를 포도재배가 불가능할 정도로 더운 곳으로 바꾸어놓을 만한 변화다.

  지구 온난화의 결과로 포도 열매 당도가 높아지고 그에 따라 알코올 도수가 상승하는 현상만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여기에 묘목의 품질 향상이나 캐노피 관리 효율 증대, 보트리티스 통제를 통한 성숙기 확대 같은 면도 덧붙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양조장의 온도 관리와 발효에 쓰이는 효모균 통제 역시 이와 비슷한 중요성을 띈다.

  지구 온난화의 단점 중 하나지만 자주 언급되지 않는 것이 바로 포도나무를 공격하는 해충과 질병의 변화라는 점이다. 온도가 상승하면 따뜻한 지역에 자주 발생하는 해충이나 질병이 북쪽으로 옮겨가게 되고 재배자들은 자신의 재배 및 방제 기술을 바꾸어야 한다. 좋은 예가 바로 점박이 무당벌레다. 이 종은 본래 아시아에 자생하고 있다가 다른 해충의 통제 목적으로 미국에 수입되었는데 지금은 무당벌레가 살기에 온도가 너무 낮다고 생각했던 유럽으로까지 진입하여 벌써 와인에 상당한 피해를 입혔다.

  세계에서 가장 추운 와인 재배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영국을 보면 무언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지난 12년 간 영국 남부에서 한 해 평균 30℃가 넘었던 날의 수를 합치면 그 전 25년 평균보다 거의 3.5배 많다. 그래서 재배하는 품종도 서늘한 기후용 품종인 뮐러-투르가우, 라이헨슈타이너, 세이발 블랑에서 전형적인 샴페인 품종으로 바뀌고 있다. 이것이 더 나은 포도원을 골라 서늘한 날씨를 잘 견디는 품종을 택한 후 포도원 경작을 개선하는 동시에 방제 작업의 효율을 높였기 때문인지, 아니면 단순히 산도가 높아도 무방한 스파클링 와인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인지는 확실치 않다. 수확 당시의 자연 당도 또한 약간 더 높아진 것 같다. 물론 이것이 더 나은 클론을 선택하고 경작에 더 큰 노력을 기울인 덕분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영국 포도 경작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은 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눈이 맺히고, 꽃이 피고, 포도 성숙이 시작되고, 수확하는 시기가 되겠다. 여전히 윔블던 테니스 대회가 열리는 두 주(6월 넷째 주부터 7월 첫째 주까지) 즈음하여 꽃이 피고 10월 셋째 주가 포도 압착장이 가장 바쁜 시기다. 물론 매년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1976년에도, 1982년에도 8월 말에 포도 수확을 했으니 크게 달라진 점은 없는 셈이다.

  정부에서 기울이는 기후 변화 방지 노력 외에 세계의 포도 재배업자들도 모두 따뜻한 기후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최소한 향후 35년, 혹은 그 이상을 염두에 두고 있는 재배자들은 현재 기르는 품종이 앞으로 20~30년 후에는 잘못된 선택이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다. 아펠라시옹 규정이 허락하는 한, 혹은 그러한 규정이 없는 지역이라면, 재배자들은 자신이 기르는 품종을 변화시켜야 할 것이고, 이는 자연적으로 그들이 생산하는 와인의 스타일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품종 변화 외에도 현재 온화한 기후 지역의 양조업자들은 산도 강화나 알코올 약화, 그 밖에 따뜻한 기후 지역 재배자들이 이용하는 기법 등에 대해 배울 필요가 있다. 그러나 어떤 면에서 보면 이 모두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현재 50˚ 수준인 북반구의 포도 재배 한계선이 더 북쪽으로 이동할 것이고 영국 남부의 상업적 포도 재배가 현실로 이루어질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