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과 친해지기
얼리지(Ullage)란?
와인비전
2008. 7. 27. 10:37
얼리지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으십니까?
잰시스 로빈슨의 와인 옥스퍼드 컴파니언에서는 얼리지를 다음 세 가지로 설명합니다.
- 오크 통에 담긴 와인이 증발하는 현상
- 병이나 오크 통에 담긴 와인이 증발하여 생긴 공간
- 병입된 와인의 코르크 밑면부터 와인의 표면까지의 공간
보통 와인은 병입시 와인이 팽창할 것을 고려하여 5-10mm의 공간을 남겨두고 와인을 채웁니다. 공간이 크면 공기가 쉽게 유입되어 와인이 변질할 수 있으므로 이를 최소한으로 합니다. 사실 코르크로 병을 밀봉한다 해도 공기의 유입이 완전히 차단되는 것은 아닙니다. 와인은 코르크에 난 미세한 구멍을 통해 숨을 쉬고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증발하게 되며 아주 천천히 산화합니다. 물론 와인의 보관 상태에 따라 와인이 증발하는 속도는 상당히 다릅니다. 예를 들어 온도 변화가 심하거나 온도가 너무 낮은 곳에서 와인을 보관하면 코르크의 밀봉 상태가 헐거워져 와인의 증발이 빨라지고 비워진 공간으로 많은 공기가 유입되어 와인이 빠르게 산화됩니다.
영국의 경매 회사인 크리스티의 마이클 브로드벤트는 와인의 나이와 리코르킹(re-corking)여부를 고려하여 얼리지(와인 손실량)로 와인의 상태를 판별하는 기준을 고안하고, 1980년 크리스티 와인 카탈로그에 이를 처음 소개하였습니다. 사실 현재 세계의 와인 산지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대부분이 이른 시일 안에 소비할 것을 고려해 만들어지고 그래서 보통의 와인에게는 얼리지가 별 의미 없다 하겠습니다. 고급 보르도와 버건디 와인같은 수십 년이 넘는 오랜 생명력을 지닌 일부 최고급 와인의 경우에는 얼리지가 와인의 상태를 짐작할 수 있는 주요한 단서가 되고 또 거래 시 와인의 가치와 가격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다음은 크리스티의 와인 경매 카탈로그에 와인의 얼리지가 설명된 부분입니다.

이 와인들이 1982년산임을 고려하면 얼리지가 매우 정상적이라 와인이 좋은 상태임을 알 수 있습니다.
병 모양이 좀 다른 버건디 와인에서는 숄더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단지 코르크 밑면부터 와인 표면까지의 거리를 센티미터로 나타냅니다. 일반적으로 얼리지를 통해 알 수 있는 버건디 와인의 상태와 가치는 보르도 와인의 경우와는 좀 다릅니다. 예를 들어, 얼리지가 5-7cm인 30년 된 버건디 와인은 아주 정상이며 더 숙성해도 됩니다. 3.5-4cm인 와인은 숙성 잠재력이 뛰어난 와인이고 얼리지가 7cm 정도라도 와인이 위험한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위에서 보듯 얼리지는 오래된 와인의 상태와 가치를 짐작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정보라고 하겠습니다. 만약 와인 경매에 가보실 기회가 있다면 관심을 두고 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2008년 6월 크리스티의 Finest and Rarest Wines 카탈로그의 본문과 The Oxford Companion to Wine을 참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