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뉴스

드라마 "떼루아" 알고 보자.

와인비전 2008. 12. 2. 11:24
  한국 최초의 와인 드라마라는 표어를 내걸고 12월 1일 막을 올린 SBS 드라마 "떼루아". 배용준이 출연하는 "신의 물방울"도 내년에 나온다는 반가운 소식과 함께 먼저 찾아온 선물 같다. 드라마를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주제가 우리나라 전통주와 와인의 만남이라고 하니 꽤 흥미로운 것은 틀림없다.
 
1편을 보니 등장하는 와인 한 병 있으니, 이름하여 "무통 마이어 Mouton Meyer". 빈티지
는 1945년. 주인공인 김주혁이 필사적으로 찾아다니는, 전 세계에 몇 병 남아있지 않고 애호가라면 누구나 한 번쯤 맛보고 싶어한다는 바로 그 와인이다. '어, 어디서 들어본 이름 같긴 한데, 그런 샤토가 있었나???' 궁금한 마음에 뒤져본 구글.
  그렇다. 무통 마이어라는 이름은 가상의 것. 보르도 포이약 Pauillac의 그 유명한 와이너리 무통 로쉴드 Mouton Rothschild를 본따 만든 것이었다. "무통"이라는 단어에 로쉴드 가문의 시조인 "마이어 암셀"의 이름을 붙여 만든 것이니 꽤 그럴듯 한 것 같다. ^^ 아래 그림은 실제 무통 로쉴드 1945년산.
 
와인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은 들어본 적 있을 이름 무통 로쉴드. 일단 무통 로쉴드 하면 유명한 것이 빈티지별로 다른 라벨의 그림이다. 살바도르 달리(1958), 미로(1969), 샤갈(1970), 피카소(1973), 앤디 워홀(1975) 등 시대를 주름잡는 유명 화가들이 라벨 디자인을 하고, 이러한 화가들은 그림에 대한 대가를 와인으로 받는다고 하니 참 흥미롭다. 자신이 디자인한 빈티지 두 케이스, 그리고 다른 빈티지 두 케이스. 운이 좋아 자신이 디자인한 빈티지 품질이 좋으면 대박이요, 품질이 떨어지면 쪽박(??)이라고나 할까. 샤갈과 워홀이 훌륭한 빈티지를 얻었고 아쉽지만 달리, 미로, 피카소는 미흡한 빈티지를 얻었다고 한다. (물론 그들의 그림이 있어 어느 정도 가치를 높여줄 수는 있겠지만.)

아래 그림은 좋은 빈티지의 샤갈과 워홀 라벨


그러면 1945년 빈티지에 대해서 잠깐 이야기해볼까? 온 유럽을 황폐화시킨 2차 세계대전의 여파에도 불구하고 1945년은 "판타스틱"한 날씨와 함께 보르도의 포도 수확에 있어 매우 뛰어난 해로 기록되고 있다. 5월에 갑자기 온도가 내려갔다가 여름에는 극도로 덥고 가물었던 까닭에 이 해에 생산된 포도는 그 크기가 매우 작고 농축된 풍미를 지녔다고 한다.  이 해의 라벨을 디자인 한 사람은 프랑스의 젊은 디자이너이자 예술가인 필립 줄리앙인데 연합군의 승리를 뜻하는 처칠의 V자가 라벨 맨 위에 자리잡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라벨 디자인을 예술가들에게 맡기기 시작한 것도 바로 1945년부터였다.
  90년대 후반 이 와인을 맛본 로버트 파커는 100점 만점을 주면서 "놀라울 정도로 이국적이고 푹 익은 달콤한 블랙 과일 향과 함께 커피, 담배, 모카, 오리엔탈 스파이스 향. 매우 치밀하고 풍부하며 풍성한 와인으로 크리미한 과일이 깔려 있다. 여운은 60초가 넘게 지속되며 잘 익은 과일과 에센스, 달콤한 타닌이 느껴진다. 이 와인이 정점에 이르는 데 최소 45년이 걸렸으며, 그중에서도 훌륭한 것들은 앞으로도 20~30년 정도 더 숙성이 가능하다. 혹시 50년 까지도?"하고 말했다고 한다.
  무통 로쉴드 1945년 산을 골라 무통 마이어로 변신시킨 제작진. 감히 센스 있다고 얘기하고 싶다. 그나저나 마셔보고 싶다. 츄릅~

참고: Graham Harding <A Wine Miscellany>,
        Robert Parker <Bordeaux, A Comprehensive Gui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