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아카이브

남아프리카 공화국 와인 메가 테이스팅

와인비전 2008. 10. 15. 13:55

오늘은 '남아프리카 공화국 와인 메가 테이스팅' 에서 시음한 몇몇 와인을 소개할까 합니다.
남아공은 보통 뉴월드 와인 생산국으로 분류되지만 사실 350년이 넘는 오랜 세월 동안 와인을 만들고 있습니다. 1990년대 초반부터 비효율적인 생산 구조를 개선하고 수출 시장에서 적극적인 홍보 활동을 하는 등 자국의 와인 산업을 부흥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현재 상황은 그다지 좋치 못합니다. 저가 와인 시장에서는 경쟁력이 더 나은 칠레나 호주등에 밀리고 중가나 프리미엄급 와인 시장도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이죠.

남아공의 고급 와인들은 케이프 타운을 중심으로 스텔렌보슈, 콘스탄티아 등의 해안지역에서 주로 생산됩니다. 화이트 와인으로 슈넹 블랑이 주로 생산되고, 소비뇽 블랑이나 샤르도네 등의 국제 품종 생산이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레드 와인으로는 시라와 보르도 스타일의 블렌딩 와인이 주로 생산됩니다.

다음은 제가 테이스팅한 50여개 중 세 와인입니다.


2006 Hamilton Russell Vineyards from Walkerbay Region (100% Chardonnay)


녹색 빛이 감도는 연한 금색, 배, 멜론등의 잘 익은 과일과 오크의 바닐라, 아몬드. 스파이스 향이 잘 어우러짐. 풀바디에 약간 높은 알코올, 중간 정도의 산도, 진한 열대 과일과 오크의 달콤한 바닐라의 풍미가 오래동안 남는 드라이 와인.

이 와인이 생산되는 워커베이는 기후가 비교적 서늘한 지역입니다. 여기서는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 이 두 가지의 버건디 품종만이 생산되고 현재 남아공에서 가장 촉망받는 와인 생산지입니다. 버건디의 프리미엄급 샤르도네에 비해 잘 익은 과일의 맛과 향이 좀 더 분명하게 드러나고 버건디 와인의 견고하고 힘있는 구조보다는 좀 유연하고 부드럽습니다. 농익은 과일맛이 오래도록 입에 감기는 좋은 와인입니다.


2002 Jean Daneel Signature Cabernet/Merlot from Franschhoek (75% Cabernet Sauvignon, 25% Merlot)

검은색에 가까운 매우 진한 암홍색, 카베르네 소비뇽의 진한 블랙 커런트와 새 오크의 복합적인 향이 남. 미디움 산도, 부드럽지만 힘있는 타닌, 진한 강도의 검은 과일과 겹겹이 나타나는 삼나무, 스파이스, 쵸콜렡 같은 풍미, 14.5%의 높은 알코올을 가진 풀바디 와인. 뒷맛이 아주 오래감.

최근에 설립된 포도원인 쟝 다닐(Jean Daneel)은 남아프카 최남단인 아굴라스(Agulhas)에서 40분 정도 떨어진 나피에(Napier)라는 작은 마을에 있습니다. 인도양과 대서양이 교류하는 지점에 위치한 포도원은 온화하고 서늘한 기후의 영향을 받아 고품질의 와인을 생산하지요. 보르도 크뤼 클라쎄의 오랜 생명력과 깊은 맛은 덜하더라도 진한 과일과 새 오크 통의 풍미가 아주 잘 어우러지고 짜임새가 좋은 훌륭한 와인입니다. 와인병에 붙은 간결한 라벨이 매우 멋집니다.




2007 Ataraxia Sauvignon Blanc from Walkerbay Region (100% Sauvignon Blanc)

연한 레몬색, 진한 과일과 풀,야채 향이 잘 어우러짐. 산뜻한 산도와 신선한 녹색 과일의 구스베리와 아스파라거스, 풀 등의 풍미가 조화를 잘 이루며 약간 스모키한 향이 더해짐. 여운이 오래 남는 미디움 바디 와인.

프랑스나 뉴질랜드의 와인과도 버금가는 좋은 품질의 맛있는 와인입니다. 산도는 두 와인에 비해 약간 낮지만 과일의 신선함과 풍미가 잘 드러나며 전체적 균형감이 아주 좋은 와인입니다. 본 드라이의 미네랄 성분이 강한 프랑스의 상세르나 퓨메 블랑보다는 진한 과일의 풍미가 강조되었고, 높은 산도의 산뜻한 구스베리 향을 내는 뉴질랜드의 소비뇽 블랑과 비교하면 잘 익은 과일 맛의 무게감이 더해진 와인입니다. 이 와인병의 라벨 역시 매우 인상적입니다.

이외에도 강력하고 진한 과일의 풍미를 내는 쉬라즈,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고유 품종인 피노타쥬, 와인 생산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슈넹 블랑 등 뛰어난 맛을 내는 품질 좋은 와인들이 인상적이었는데 이는 와인 생산자들의 끊임없이 개선하고 노력한 흔적이라 하겠습니다. 다른 와인 생각 국가처럼 남아공도 경쟁이 치열한 국제 시장에서 살아남으려고 고군분투 중이지만 와인 생산에 적합한 지리적 조건을 갖춘 남아공은 앞으로 좋은 와인을 생산할 수 있는 많은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