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떼루아를 보면 주인공 강태민(김주혁)의 직업이 참 흥미롭다.
일단 그의 직함은 강실장. 와인 수입 회사 소속으로 세계를 돌아다니며 희귀한 와인을 구하거나 와인 생산 회사들과 거래하여 한국으로 수입 계약을 맺는 일을 한다. 1편에서 찾아다녔던 무통 마이어라는 것 역시 대단히 귀한 와인으로써 수입 회사 사장인 양대표(송승환)의 요청으로 직접 구하러 프랑스에 갔던 것.
그를 부르는 또 다른 명칭은 와인 마스터다. 와인 마스터란 무엇일까? 이 말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마스터 오브 와인(The Institute of Masters of Wine)이었다. 현재 전 세계에 300명도 채 존재하지 않는 와인계 최고의 자리. WSET의 디플로마(이 역시 공부할 것이 엄청 많다고 하는데...)를 소지해야 지원이 가능하고, 수 년간의 와인 경험과 엄청난 지식을 갖추어야 하며, 굉장히 까다로운 나흘 간의 이론/실기 시험을 통과한 후 마지막으로 논문 심사를 거쳐야 한다고 한다. 난다 긴다 하는 와인 전문가들도 낙방을 밥 먹듯 하고, 몇 년씩 힘겹게 공부를 해야 한다고 하니... 유명한 인물로는 영국의 잰시스 로빈슨(저널리스트, 옥스퍼드 컴패니언의 저자)과 마이클 브로드밴트(크리스티 경매 회사의 와인 디렉터) 등이 있고, 현재 지난 9월에 한국계 미국인 지니 조 리 (한국명 이지연)가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마스터 오브 와인이 된 바 있다.
그럼 김주혁도 이 마스터 오브 와인이라는 이야긴데 현실적으로 가능성은 조금 떨어진다고 해도 정말 신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마스터 오브 와인 공부를 하고 있는 분의 말을 빌리면 비영어권 사람에게는 언어의 장벽이 꽤 높다고 한다. 한 시간만에 1,000자가 넘는 에세이를 써 내는 시험을 봐야하니 그럴만도 하다. 그럼 강태민(김주혁)은 이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한국인 최초 마스터 오브 와인이!! 멋지다. 다만 마스터 오브 와인으로서 진가가 발휘되는 장면 같은 것은 아직 나온 적이 없어 아쉽다고나 할까. 멋진 솜씨로 와인을 평가하거나 발표하는 모습 같은 것을 보이면 좋을텐데...
사실 우리나라의 와인 역사는 매우 짧다. 그런데도 이렇게 와인을 즐기는 인구가 늘어나고, 와인을 업으로 삼아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마스터 오브 와인이 배출되는 것도 시간문제가 아닐까. 똑똑하고 공부욕심 많은 우리 한국인들. 가능하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