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케이블 티비에서도 종종 해주는 "헬스 키친"을 보신 적 있나요? 영국의 고든 램지라는 욕쟁이 셰프 (사실 이분은 영국 최고의 셰프이자 영국, 미국, 유럽과 중동에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을 여럿 소유한 고든 램지 그룹을 이끄는 성공한 사업가입니다.)가 등장해 자신의 키친에서 일할 요리사를 뽑는 리얼리티 쇼죠. 고든 램지는 헬스 키친 말고도 꽤 많은 티비쇼에 등장하는데요. "더 에프f 월드"라는 프로그램은 자기 레스토랑에 유명 인사들을 잔뜩 초대해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얘기를 나누는 구성입니다. 오늘 보여 드릴 영상에서는 영국의 젊은 셰프 제이미 올리버의 "피프틴" 레스토랑의 소믈리에인 맷 스키너라는 사람이 등장해 램지가 내놓는 세 가지 와인을 블라인드 테이스팅합니다. 제이미 올리버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와인을 책임지고 와인 관련 글을 쓰기도 하는 이 사람, 과연 얼마나 잘 맞출까요?
  가장 먼저 그가 와인 하나를 추천합니다. 바로 뉴질랜드의 크래기 레인지 테 무나 로드 피노 누아 2003 Craggy Range Te Muna Road Pinot Noir. 그는 다크 체리, 시나몬, 클로브, 스파이스 향이 강한 이 와인을 한 마디로 섹시하다고 하죠. 스파이스 향이 강한 피노 누아라... 쉬라즈를 표현할 때 주로 쓰는 말을 피노 누아에 갖다 붙였군요. 그래서 섹시하다는 건가? ^^
 
  자, 이제 셰프 램지가 세 가지 와인을 내놓습니다. 까만 커버로 겉을 가려서요. 그는 얼마나 잘 알아맞출 수 있을까요? 물론 음식 냄새가 마구 풍기고 시끄러운 식당 안이지만 나름대로 유명세가 있는 사람이니 잘 맞춰야 체면을 세울 수 있을 텐데.
  첫 번째 와인은 맛을 설명하지도 않네요. 5파운드 미만의 블루 넌이 분명하다고 말합니다. 블루 넌은 실바너와 뮐러-투르가우를 블렌딩해 상업적으로 대 성공을 거둔 독일의 데일리 와인이죠. 우리나라에서도 이 와인을 화이트 테이블 와인으로 내놓는 레스토랑이 꽤 많습니다.
  두 번째 와인부터는 조금 머리를 굴려야겠군요. 다크 프룻, 풀 바디에 리치, 빅, 인텐스... 이런 말이 막 나오면서 뉴 월드의 고품질 쉬라즈 아니면 카베르네 소비뇽이 분명하다고 말합니다. 네, 이 와인은 1998년 펜폴즈 그레인지. 500파운드가 넘는 호주의 명품 와인이죠. 영국에서 500파운드가 넘는다고 하면 휘유~ 우리나라에 오면 대체 얼마일까요... 정확하게 꼬집어 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대략 맞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 대망의 세 번째 와인. 이것은 그 유명한, 누구라도 한 번쯤 마시고 싶어하는 페트뤼스입니다. 카베르네 프랑과 메를로를 블렌딩하여 만드는 보르도의 대표적인 고가 와인이죠. 보르도 5대 샤토가 아니면서도 엄청난 값을 받고 파는 명품 페트뤼스. 그런데 그는 이 와인이 2번 와인과 급이 다르다며, 풍미가 밋밋하고 심심하며 심지어 약간 코르크 오염이 된 것 같다고까지 이야기합니다.
  실제 엄청나게 유명하고 비싸다는 와인을 마셔보고 "애걔, 이게 그 유명한 XX 와인이야?"하며 실망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기대치가 너무 높기 때문이거나, 보관이 잘못된 것을 마셨거나, 아니면 실제로 그 와인이 지나치게 과대평가 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죠. 아무튼 맷 스키너는 "자기 입맛이 싸다"며 애써 변명을 합니다.^^
 1992 페트뤼스 한 번 마셔봤으면 좋겠네요. 맷의 생각이 과연 얼마나 옳은 건인지 저도 한 번 판단해 보게요.

2009. 1. 23. 07:24 Trackback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