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베건과 베지테리언 와인
베건은 채식주의 중에서도 생선은 물론이고 우유와 치즈 같은 유제품까지, 동물성분이 들어간 것은 전혀 먹지 않는 100% 채식주의를 뜻합니다. 포도로 만들어진 와인이 채식에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 해보셨나요? 놀랍게도 채식주의에 적합하다고 라벨에 표기된 와인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다수의 와인 생산자들이 와인을 과일로 만든 것이라고만 생각해 라벨에 굳이 표시를 안 한다는 겁니다. 토마토에 “채식주의 용”이라고 붙어 있는 것 보신 적 있나요? 물론 없죠. 하지만 와인에도 분명 채식주의자들이 먹지 않는 성분이 종종 포함되곤 합니다.
대부분의 와인은 완성되었을 때 약간의 미세한 물질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와인이 뿌옇게 보이거나 타닌 맛이 너무 강하게 느껴지는 원인이 됩니다. 따랐을 때 맑지 않은 와인, 마셨을 때 타닌이 너무 강해 다른 맛을 못 느끼는 와인, 별로 매력 없죠. 그래서 이것을 걸러내기 위해 달걀이나 동물성 정제 물질을 투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제제는 와인 속에 들어가 그 속에 떠다니는 미세 물질을 흡착한 뒤 병 바닥으로 가라앉히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고 나서 바닥에 가라앉은 물질+정제제만 제거하면 와인이 깨끗하게 걸러지는 것이죠. 여기에서 문제는 그러한 정제제를 보통 달걀흰자나 물고기 부레로 만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와인이 채식주의자들에게 부적합해지는 것이고요.
물론 모든 와인에 이런 동물성 정제제를 쓰는 것은 아닙니다. 오래 두고 숙성할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고급 와인은 사람들이 침전물이 생기는 것을 당연히 여기기 때문에 보통 정제를 하지 않죠. 그런데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이러한 정제제 사용의 라벨 표기가 의무화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채식주의자들이 와인을 고를 때 그것이 채식에 적합한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와인에 동물성 물질이 함유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 흥미롭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