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을 한 병 땄는데 도저히 다 못 마시고 버려야 했던 적이 있는가? 많이 남겨 버리게 될까봐 아예 병을 따지 않고 참거나 남은 것을 버리기 아까워 꾸역꾸역 다 마시고는 숙취에 시달렸던 적은? 남은 것을 마셔줄 사람이 없다면 언제나 고민되는 것이 바로 남은 와인 보관이다. 와인 병에서 코르크를 잡아 빼는 순간 와인은 산소와 접촉을 시작하면서 점점 산화되기 시작한다. 와인의 숙성 정도와도 관련이 있는데 신선하고 어린 와인은 산소와의 접촉으로 상태가 더 나아지고 한 이틀 보관해도 크게 문제가 없는 반면, 오래 숙성한 와인은 매우 섬세하여 금세 망쳐질 수 있다.
어떻게 하면 먹다 남은 와인을 잘 보관하여 며칠 내 다시 마실 때까지 신선하게 유지시킬 수 있을까? 몇 가지 방법을 알아보자.
냉장 보관
모든 음식과 마찬가지로 와인도 냉장고에 넣어두면 어느 정도 보관이 가능하다. 온도가 낮으면 화학 반응 속도가 느려지므로 산화 역시 실온에 두었을 때보다 느리게 일어난다. 와인의 온도가 낮아지면 또한 식초를 만드는 박테리아의 활동이 억제되는 효과가 있다. 냉장고에 와인을 보관하는 것은 다음 날 와인을 다시 마시기 위한 단계 중 가장 기본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산소를 직접적으로 차단하는 방법이 수반되어야 한다.
디캔팅
코르크를 다시 박아 넣고 냉장보관할 계획이라면 750ml 병에 남은 와인을 반병(375ml)짜리로 따라넣고 냉장보관하는 것이 훨씬 낫다. 이렇게 하면 와인과 접촉하고 있는 산소의 양을 줄일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와인을 다른 병으로 옮기는 동안 산소와 접촉을 하기 때문에 별다른 잇점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양쪽 방법 모두 확실한 증거는 없다.
진공법
와인과 산소 접촉을 줄이는 데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이 진공 장치를 사용하는 것이다. 특별히 디자인된 고무 마개를 병에 꽂고 간단히 펌프질을 통해 안에 들어있는 공기를 빼낸다. 꽤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기법으로 이때 쓰이는 도구는 제법 저렴하고 슈퍼마켓에서도 구할 수 있다. 그러나 크게 추천할 만한 방식은 아니다. 맛과 향이 반감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질소 주입
본격적으로 와인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압축 질소를 가볍게 주입해주는 것만으로도 산화를 막을 수 있는 이 방식을 선호할 것이다. 질소가 와인 표면을 덮어 산소와 접촉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산화가 크게 줄어든다. 다만 오래 숙성한 와인의 경우 질소가 해로울 수 있다는 보고가 나와 있다. 게다가 구입과 보관이 번거로운 문제도 있으니 이러한 방식을 시도하는 사람을 말리지는 않겠지만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이러한 보관 방법에 예외가 있다면 스파클링 와인이 이에 속한다. 스파클링 와인의 경우 디캔팅을 하면 거품이 모두 사라져버리기 때문에 하지 않는 것이 좋고, 와인 속에 들어 있는 이산화탄소(거품)가 산소를 어느 정도 차단하므로 질소를 따로 주입할 필요도 없다. 단순히 코르크를 막아 냉장보관 하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이때 압축 마개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것은 꽤 훌륭한 방법으로, 나중에 이 압축 마개를 다시 열 때 나오는 압력을 느껴보면 얼마나 효율적인지 알게될 것이다.
약간의 주의만 기울이면 와인 대부분은 다음 날까지 신선하게 보관이 가능하다. 이보다 길어지면 분명 와인의 상태가 악화되므로 그 전에 마시기를 권하는 바다. 내가 애용하는 방법이 하나 있다. 와인을 다 마시지 못할 것 같으면 병을 열자마자 미리 375ml 반병을 준비해 반을 따라 밀봉한 후 냉장고에 넣어두고 남은 와인을 마시는 것이다. 이것이 레드 와인이라면 다음 날 마시기 몇 시간 전에 미리 꺼내놓기만 하면 되고, 화이트 와인이라면 어차피 냉장 보관하니 별 문제가 없다. 어떤가, 좋은 방법 아닌가?